[단독] 저출산 직격탄에 남중·남고, 여중·여고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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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에 있는 동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여자중학교동대부속여중는 조만간 학교 이름을 변경할 예정이다. 1930년 설립 이래 94년간 이어온 여자중학교의 역사를 뒤로하고 내년부터 남학생이 입학하기 때문이다.
이 학교가 남녀공학으로 전환하게 된 배경에는 서울시교육청의 요청이 있었다. 원거리로 통학 중인 학교 주변 남학생들 편의를 위해 시교육청에서 동대부속여중에 남녀공학 전환을 요청한 것이다.
특히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신입생 모집이 어려워진 점이 영향을 끼쳤다. 학교 관계자는 23일 “학교 전통과 교육 등 여러 측면에서 남녀공학 전환이 조심스러웠던 건 사실”이라며 “학생 수 감소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미래를 바라보는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동문과 학부모들 반대가 있었지만 설득 끝에 남녀공학 전환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중고교 상당수를 차지했던 단성 학교가 사라지고 있다. 저출생 여파로 학령인구가 급격히 줄어 하나의 성별로만 신입생을 모집해서는 정원을 채우기 어려워진 탓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문정복 의원실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달까지 전국 83개 단성 학교가 남녀공학으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전환 예정인 학교는 32곳에 달했다.
초저출생 현상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가 단성학교의 남녀공학 전환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학령인구는 만 6세 초등학생부터 만 21세 대학생까지의 인구를 더한 수치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학령인구는 2014년 약 918만명에서 올해 약 714만 명으로 10년간 200만명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입생이 부족해 남고에서 남녀공학으로 전환한 학교 사례 중에는 이병규, 유희관 등 프로야구 스타를 다수 배출한 장충고등학교도 있다. 이 학교는 개교 90주년을 맞이한 지난해 처음으로 여학생 입학을 허용했다. 2016년 222명이던 신입생이 2022년 123명으로 100명 가까이 줄어든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 주변 여학생들의 통학 편의를 고려한 결정이기도 했다.
교육청도 통학 편의 등을 고려해 남녀공학 전환을 장려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올해 경우, 지난 7월 기준으로 관내 학교 7곳이 내년도 남녀공학 전환 지원 학교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는 향후 3년간 6억9000만원이 지급된다.
다수의 단성 학교들이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면서 교육 현장도 여러 변화가 따르고 있다. 장충고에선 기존에 상담실로 이용하던 공간을 화장실로 바꾸는 등 이번 여름까지 여학생들을 위한 시설 구조 변경을 진행했다. 남학생을 받게 된 동대부속여중은 체육 교과 과정에 축구, 농구 등 활동적인 구기 종목을 반영했다. 또 내년부턴 하계 교복을 남학생과 여학생 모두 바지로 통일하는 것도 추진 중이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한 성별만으로 학생 모집이 가능했으나 절반 가까이 학생들이 감소하다 보니 학교 존립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며 “학교를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저출생 현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학생과 학부모, 학교 관계자들이 남녀공학 전환에 적응해 원만한 교육 환경을 조성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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