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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이자만 700만~800만원인데 길막"…뒷목잡은 북촌 상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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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회 작성일 24-11-0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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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마을 레드존 초입. 관광객들 사이에 방문시간 제한 안내가 붙어있다./사진=김소연 기자

"영업시간이 평일에만 4시간 줄었어요. 이 카페 인수하느라 대출받아서 월 이자만 700만~800만원 내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나요?"

지난 6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 깃발을 든 단체 관광객과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옥을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한옥들이 길게 늘어선 골목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는 이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특이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곳곳에 배치된 노란 조끼의 관리요원과 관광객 방문시간 제한17:00~10:00을 안내하는 플래카드·포스터다. 약간의 삼엄한 분위기도 느껴졌다. 관광객들이 의식적으로 목소리를 낮추는 듯했다.


관리요원에 목소리를 얼마나 높이면 제지하는지 묻자 "우린 단속하거나 제재하지는 않는다. 정책을 알리고 계도만 하는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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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노란 조끼를 입은 관리 요원이 서 있다. /사진=김소연 기자

종로구청은 지난 1일부터 북촌 한옥마을에 야간 통금 조치를 시작했다. 주거용 한옥밀집지역에 특별 관리지역 레드존을 설정하고 해당 지역은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 관광객 출입을 제한하기로 했다. 일요일도 골목길 쉬는 날로 정했다.

이를 위해 관광진흥법 개정을 통해 주민생활환경 훼손 우려가 있는 지역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 방문 시간과 차량·관광객 통행을 제한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종로구는 이와 비슷한 조례 개정도 마쳤다.

종로구는 일단 내년 2월까지 계도기간을 갖고, 그 이후부터는 저녁 통행금지 제도를 정식 도입할 예정이다. 통행금지 조치를 어기면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한다. 2026년 1월부터는 전세버스관광버스 통행도 본격 제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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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존 구역 안내/사진=종로구청

주민들을 위한 조치지만 반대편에는 상인들이 있다. 비자발적으로 저녁 장사의 큰 부분을 포기해야 해서다. 한 상인은 레드존 시행과 관련해 "전단지 한장 우체통에 꽂아놓은 것이 전부여서 충분한 안내를 받지 못했다"며 재산권 침해라고까지 했다.

찻집을 운영하는 40대 A씨는 "한 달 전 카페 건물을 매매해 들어왔다"면서 "통행금지 전날까지도 제대로 안내받지 못했다. 왜 손님이 안 오나, 추워서 그런가 했는데 밖에 나가보니까 우리 매장 양 옆 골목 통행을 막고 있더라"며 "대출 이자도 내야 하는데 어떻게 장사를 하라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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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아워 시간을 진행하려던 매장 안내문 옆에 관광객 제한 안내문이 붙어있다./사진=김소연 기자

구청이 배포했다는 팸플릿에 상업시설 이용자는 출입이 가능하다고 적었지만 실상은 통행자도, 매장 이용객도 일단 통행을 저지하고 검열해 손님들이 아예 발길을 끊게 했다며 행정력 남용이라는 주장도 했다.

상인 B씨는 "여기 다들 월세 300만~500만원 이상 낸다. 장사 못하게 할 거면 근린생활시설 허가를 왜 내줬냐"면서 "여기가 공산국가냐"고 비판했다.

자영업자들도 동병상련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장사를 어떻게 하냐", "차라리 인사동 쪽으로 해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상가 대부분이 임대해서 사용하는데, 상권이 죽으면 매장을 내놓거나 권리금을 돌려받을 길도 막힐 수 있다는 걱정도 있었다.

관광객들은 상인들과 온도차를 보였다. 미국인 카산드라69씨는 "통행 금지 시간이 조금 빠른 느낌은 있지만, 거주민 의견이 먼저인 것 같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온 마리30씨도 "그들의 삶을 존중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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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존으로 지정된 북촌 한옥마을/사진=김소연 기자

영업 방해 행위로 비치는데 종로구청도 부담이 크다.

구청 관계자는 "주민들이 지난 10년간 어려움을 토로해왔기 때문에 그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였다"며 "영업 관련해서는 연내 설문조사를 해서 의견수렴을 하고 절충안을 찾아보려 한다. 주민보다 통행객이 더 많은 지역은 레드존 구간에서 해제하고 해가 긴 하절기에는 통행 금지 시간을 늦추는 방향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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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기자 nicks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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