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거 입금 좀…"1억 수표 들고 온 10대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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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 은행. A씨19가 1억2000만원 짜리 수표를 창구에 건네며 한 법인계좌로 입금을 요청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직원은 A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A씨에게 돈의 출처를 캐물었다. A씨는 횡설수설하면서 계속 진술을 바꿨다. 경찰은 A씨의 단독 범행이 아니라고 보고 사복조를 투입해 주변 수색에 나섰다. 수색 20분만에 경찰은 은행에서 60m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A씨와 연락하던 30대 B씨를 발견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두 사람을 보이스피싱사기 혐의로 긴급체포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지정된 장소에서 누군가로부터 수표를 전달받아 송금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송금액 일부를 수수료로 주겠다고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A씨처럼 보이스피싱에 가담했다가 검거된 10대 피의자는 494명이었다. 경찰이 10대를 특정해 보이스피싱 피의자 통계를 집계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그만큼 경찰이 10대 청소년의 보이스피싱 범죄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10대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는 일은 빈발하고 있다. 지난해 한 10대 여성은 피해자로부터 1억원 넘는 현금을 받아 송금하다가 검거됐다. 2022년엔 서울에서 10대 여성이 다수의 피해자로부터 현금 약 7000만원을 수거한 혐의로 구속된 사례도 있다.
청소년들은 주로 구직 사이트에서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찾다가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법무법인 창비 김형진 변호사는 “일반 알바 시급이 1만원 정도인데, 보이스피싱 수거책을 맡으면 짧은 시간에 20만원가량을 벌 수 있다”며 “보이스피싱 범죄가 더 심각해진 만큼 최근엔 10대 피의자도 엄벌에 처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10대 보이스피싱 범죄 가담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수능을 치른 청소년들이 대학 진학을 앞두고 단기 일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자칫 범죄의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다른 일자리보다 덜 힘들고 수익은 크게 높은 일자리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범죄를 인지한 상태에서 가담하면 처벌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사전 예방 차원에서 보이스피싱도 범죄라는 인식을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보이스피싱에 가담하는 10대는 보통 범죄라는 인식을 가진 경우가 드물다”며 “구직 사이트를 통해 알바를 찾다가 대형 범죄에 연루돼 실형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확실하게 인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엄격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촉법소년 제도 등을 악용해 꼬리를 자르기 위해 10대를 범죄에 동원시키는 보이스피싱 조직도 많다”며 “청소년을 이용하려는 시도를 적발할 경우 가중 처벌하는 조치를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원준 김용현 기자 1j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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