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점 없다" 필리핀 가사도우미 연장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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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 사업 종료 약 3주 앞으로
육아 가정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시작한 ‘필리핀 가사관리사가사도우미’ 시범 사업이 존폐 기로에 섰다. 사업 기간이 끝나는 이달 말까지 약 3주밖에 안 남았지만, 앞으로 어떻게 할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5일 “시범 사업 기간을 연장할지, 정식 사업으로 확대할지, 그대로 사업을 종료할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사업을 실제 진행 중인 서울시도 “아직 정해진 것이 없고, 고용부의 입장 정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이용자들은 “지금은 방향을 정해줘야 새 도우미를 구할 시간적 여유가 생길 텐데, 답답하다” “아이와 애착이 생긴 상태인데 도우미를 바꿔야 하느냐” 등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 시범 사업은 12세 이하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 육아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필리핀에서 가사·육아 도우미를 들여온 것이다. ‘100만원 정도의 낮은 비용에 도우미를 쓸 수 있다면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작년 9월 서울에서 시작됐고, 현재 총 185가정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지역으로 확대되지 않았다. 고용부가 작년 12월 지자체별로 수요를 조사한 결과 서울은 ‘가사관리사 900명이 필요하다’고 적어냈지만, 부산과 세종은 각각 20명 이하를, 다른 14개 시도에선 ‘필요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에 대해 “예견된 실패”라는 지적도 나온다. 애초 사업 추진 이유가 된 ‘월 100만원 정도의 비용’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이용 가정들은 시간당 1만3940원을 지불하고 있다.
시간당 1만30원인 올해 최저임금에 4대 보험 비용 등을 더한 것이다. 하루 8시간 쓰면 월 242만5560원이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필리핀 가사도우미 시범 사업 이전인 2023년 국내 가사·육아 도우미 비용은 월평균 264만원이었다. 비용 차이가 거의 없다.
오세훈 서울시장 등은 최저임금 적용 제외를 주장했으나, 국제노동기구ILO 차별금지 협약에 따라 외국인에게도 같은 임금을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에 무산됐다. 홍콩은 월 77만원부터, 싱가포르에선 월 40만~60만원에 외국인 육아 도우미를 쓰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들과 달리 ILO 가입 국가라 관련 협약을 지켜야 한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등에도 관련 내용이 있어, 지키지 않을 경우 통상 문제가 불거질 우려도 있다. 한국은행 등이 ‘업체가 아닌 개별 가정이 프리랜서 계약을 맺으면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제안했으나, 이 역시 차별 논란에 무산됐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이런 어려움을 이유로 시범 사업 종료일2월 28일이 불과 3주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앞으로 어떻게 할지 결정을 못 했다는 점이다. 필리핀 가사도우미들은 비전문 취업 비자E-9를 받고 입국했는데, 이 비자는 일하는 것을 전제로 발급된다. 시범 사업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으면 비자가 만료돼 이들은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서울시에는 “지금 쓰고 있는 도우미를 3월에도 계속 쓸 수 있냐” 등의 문의 전화가 계속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비스 자체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라고 한다.
이들을 고용한 관리 업체는 이익을 거의 남기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가사도우미들이 많은 돈을 모으고 있는 것도 아니다. 숙소 사용료로 월평균 46만원을 내고 있고, 일부는 주 40시간 근무시간도 못 채우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전체 가구의 절반 정도가 하루에 4시간을 쓰고 있어 상당수 도우미들이 하루에 2가구 이상을 방문하고 있다”며 “도우미 중 8~9명은 주 40시간 근무 시간을 못 채우고 있다”고 했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오후 시간대에 주로 서비스 수요가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현재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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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래건 기자 rae@chosun.com 김영우 기자 zerocow@chosun.com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5일 “시범 사업 기간을 연장할지, 정식 사업으로 확대할지, 그대로 사업을 종료할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사업을 실제 진행 중인 서울시도 “아직 정해진 것이 없고, 고용부의 입장 정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이용자들은 “지금은 방향을 정해줘야 새 도우미를 구할 시간적 여유가 생길 텐데, 답답하다” “아이와 애착이 생긴 상태인데 도우미를 바꿔야 하느냐” 등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그래픽=백형선
그러나 다른 지역으로 확대되지 않았다. 고용부가 작년 12월 지자체별로 수요를 조사한 결과 서울은 ‘가사관리사 900명이 필요하다’고 적어냈지만, 부산과 세종은 각각 20명 이하를, 다른 14개 시도에선 ‘필요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지난해 9월부터 서울의 185가정에서 아이를 돌봐온 필리핀 가사관리사 98명의 근무 지속 여부가 불확실해졌다. 이달 말 시범 사업 기간이 종료되는데, 사업이 계속될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진은 서울의 한 가정에서 아이를 안고 있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서울시
오세훈 서울시장 등은 최저임금 적용 제외를 주장했으나, 국제노동기구ILO 차별금지 협약에 따라 외국인에게도 같은 임금을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에 무산됐다. 홍콩은 월 77만원부터, 싱가포르에선 월 40만~60만원에 외국인 육아 도우미를 쓰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들과 달리 ILO 가입 국가라 관련 협약을 지켜야 한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등에도 관련 내용이 있어, 지키지 않을 경우 통상 문제가 불거질 우려도 있다. 한국은행 등이 ‘업체가 아닌 개별 가정이 프리랜서 계약을 맺으면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제안했으나, 이 역시 차별 논란에 무산됐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이런 어려움을 이유로 시범 사업 종료일2월 28일이 불과 3주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앞으로 어떻게 할지 결정을 못 했다는 점이다. 필리핀 가사도우미들은 비전문 취업 비자E-9를 받고 입국했는데, 이 비자는 일하는 것을 전제로 발급된다. 시범 사업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으면 비자가 만료돼 이들은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서울시에는 “지금 쓰고 있는 도우미를 3월에도 계속 쓸 수 있냐” 등의 문의 전화가 계속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비스 자체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라고 한다.
이들을 고용한 관리 업체는 이익을 거의 남기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가사도우미들이 많은 돈을 모으고 있는 것도 아니다. 숙소 사용료로 월평균 46만원을 내고 있고, 일부는 주 40시간 근무시간도 못 채우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전체 가구의 절반 정도가 하루에 4시간을 쓰고 있어 상당수 도우미들이 하루에 2가구 이상을 방문하고 있다”며 “도우미 중 8~9명은 주 40시간 근무 시간을 못 채우고 있다”고 했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오후 시간대에 주로 서비스 수요가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현재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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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래건 기자 rae@chosun.com 김영우 기자 zerocow@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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