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다 버린 물김만 5200톤…돈 되자 달려든 불법양식에 김 산지 초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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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양식→가격 폭락→어민 고통 악순환
"50년 김 양식, 이 정도 불법 양식장은 처음"
뒤늦게 철거 나섰지만 주인 확인 어려워

수천 톤에 달하는 물김이 바다에 버려지고 있다. 지난해 검은 반도체라 불렸던 물김 가격이 폭락에 폭락을 거듭해서다. 불과 1년 만에 벌어진 물김 대규모 폐기 사태에는 돈 냄새를 맡고 마구 달려든 불법 양식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시름이 깊어진 어민들은 "불법 양식장이 바다를 메우고 있는데 행정이 손을 놓았다"며 분통을 터트린다.
김 수출 대박이 물김 값 발목을 잡은 역설

16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 5일 산지 물김 가격은 1㎏당 1,361원으로 전일1,872원 대비 27% 하락했다. 물김 가격이 kg당 763원까지 떨어졌던 지난달 선박 377척을 동원해 무려 5,296톤을 바다에 내다 버리면서 제자리를 찾는 듯 싶었지만 아니었다. 잠시 주춤했던 물김 가격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마른 김의 원재료인 물김 값이 끝없이 곤두박질치는 원인은 지난해 달성한 역대 최대 실적과 무관치 않다. 김은 지난해 수출 9억9,700만 달러약 1조4,260억 원를 기록한 효자 식품이었다. 수산식품 분야 최대 수출품으로 부상해 검은 반도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전통적으로 김을 많이 찾는 일본에 더해 미국과 유럽까지 한국 김 열풍이 불어닥친 덕이다. 미국에서는 김밥이 100만 줄 넘게 팔렸고, 유럽에서는 슈퍼푸드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일본과 중국에서 김 원초가 연이은 흉작으로 생산량이 크게 줄어든 것도 한몫했다.
역설적으로 수출 호조가 어민들에게 막대한 타격을 입혔다. 김이 돈이 되자 전국 물김의 82%를 생산하는 전남 바다에서 너도나도 물김 양식에 뛰어들었다. "불법 김 양식장으로 바다가 검게 물들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김창화 해남군 김생산자연합회 회장은 "배를 타고 나가면 온 바다가 김 양식장으로 도배가 됐는데 절반 이상이 면허가 없는 불법 양식장"이라며 "50년 이상 김 양식을 하면서 이렇게 불법 김 양식장이 온 바다에 가득 찬 것은 처음 봤다"고 했다.
가격 유지 위해 생산한 물김 버려야 하는 조삼모사

여기에 풍년의 역설까지 맞물리며 물김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 김 양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정 수온 유지인데, 서해는 지난해 11월 이후 5∼15℃의 서늘한 수온이 이어지면서 김이 자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갖춰졌다. 결국 물김은 과잉 생산됐지만 이를 처리할 공장은 부족해 팔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김은 수확 이후 보관 기간이 3일 정도라 이때 팔지 못하면 폐기해야 한다.
어민들은 물김 값을 끌어올리기 위해 애써 수확한 김을 바다에 다시 버려도 가격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형모62 고흥군 김생산자어민연합회 회장은 "생산한 김의 20%를 바다에 내다 버렸지만 가격은 요지부동"이라며 "강제로 값을 끌어올리려고 김을 버리고 있으니 조삼모사나 다름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 지자체 등은 이달 들어서야 부랴부랴 불법 양식시설 단속과 철거에 착수했지만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미지수다. 고흥군 관계자는 "어민들이 바다 위에 몰래 만들어둔 불법 양식장을 찾는 것도 쉽지 않고, 주인이 누구인지도 확인이 어려워 처벌이 곤란한 상황"이라며 "일단 불법 양식장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최대한 단속을 늘려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단기적으로 물김 폐기를 줄이고 김을 안정적으로 수급하기 위해 계약재배를 시범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어민들은 실현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다. 지난해 4월에도 김을 계약재배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전례가 없어 도입이 무산됐다.
전남도 관계자는 "최근 김값 하락은 불법 양식장 철거에 앞서 위판장 운영을 잠시 중단한 영향도 있다"며 "불법 양식장에 대한 대대적 단속이 끝나면 김값도 제자리를 찾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고흥= 김진영 기자 wlsdud45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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