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스토어의 저주…성수동 구두명장 1호, 56년만에 길을 잃다 [자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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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서 본 옛 터전은 낯설었다. 수십 년 전 이곳 성수동 연무장길에서 개업한 유홍식 구두 명장은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대로 너머로 떠나야 했다.
하지만 옛날이야기다. 그 서울 성수동의 중심 거리는 이제 화려한 카페와 팝업스토어들이 장악하고 있다. 거기서 밀려난 서울시 구두 명장 1호 유홍식76씨가 씁쓸하게 그 거리를 바라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56년 구두 인생을 걸어 온 그는 최근 가게를 성수역 북쪽의 다소 외진 곳으로 옮겼다. 벌써 몇 번째 이사인지 모른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임대료 때문이다. 화제가 팝업스토어에 이르자 유씨가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 팝업이라는 것은 하는 사람이나, 세를 준 사람이나 다 도둑이야. 큰 회사에서 한 보름 쓰고 몇억 내놓는 거 일도 아니게 알더라고. 그러니까 집주인들은 간이 배 밖으로 나오게 되고 임대료가 끝 간 데 없이 오른 거지.” 그렇게 팝업의 성지 성수동 연무장길은 화려한 외양 아래에서 원한을 쌓아 가고 있었다.
바닥인 줄 알았는데 지하실이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웅덩이도 있다. 이제는 한계 상황이라는 말조차 사치스러워진 자영업자 이야기다. 그 지하실 속 웅덩이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자영업자들을 정권과 정부는 몽둥이로 두들기기까지 했다. 비상계엄이라는 엄청난 사태의 뒤안길에서 소비심리는 추락했고, 자영업자의 삶은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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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에 짓눌려…17년 음식장사, 무일푼으로 쫓겨났다

자영업자 이재식씨가 “‘임대 갑질’에 시달리고 있다”며 얼굴을 감싸쥐고 있다.

김영옥 기자
그렇게 성수동 사수에 실패한 이 중 한 명이 김정자70·여·가명씨다. 그는 최근 17년 음식장사를 빈손으로 마무리했다. 권리금 한 푼 받지 못했다. 상인들이 쓰는 표현을 빌리자면 발가벗겨져서 쫓겨난 것이다. ‘코로나19’의 직격탄으로 빈사상태에 몰렸던 그는 건물주의 ‘임대료 5% 인상’ 요구를 수용할 수 없었다. 이미 두 차례 5%씩 인상해 주면서 660만원까지 치솟은 월세였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건물주가 ‘자리를 먼저 비워주면 2000만원을 드리겠다’고 해서 순진하게 나왔는데 끝내 받지 못했어요.”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김씨의 마지막 토로가 살아남지 못한 자영업자들의 심사를 대변했다.
“내가 지금 창자가 녹아서 없어질 지경이에요.”
◆특별취재팀=박진석·조현숙·하준호·전민구 기자, 사진 전민규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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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석.조현숙.하준호.전민구.전민규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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