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아니니 만들고 봅시다"…혈세 투입한 대형조형물, 전국에 난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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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마크 경쟁 나선 지자체
함평 황금박쥐·포항 손 조형물
지역명물 성공사례에만 집착
5억 들인 괴산 대형 가마솥 등
흉물로 방치되는 경우도 많아
최근엔 출렁다리 경쟁적 건립
함평 황금박쥐·포항 손 조형물
지역명물 성공사례에만 집착
5억 들인 괴산 대형 가마솥 등
흉물로 방치되는 경우도 많아
최근엔 출렁다리 경쟁적 건립

최근 지역 관광명소로 출렁다리와 대형 조형물 등이 각광받으며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건립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건축물들이 관광객 유치와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명분 아래 건설이 추진돼고 있지만 성공과 실패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성공할 경우에는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자체 간 보여주기식 경쟁 과정에서 무분별한 예산 낭비의 전형적인 사례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1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지자체별로 ‘랜드마크’를 삼기 위한 대형 조형물 건립이 잇따르고 있다. 대형 조형물 건립에 따른 대표 성공 사례는 경상북도 포항시 호미곶의 ‘손 조형물’이다. 1999년 12월 완공된 ‘손 조형물’은 거대한 크기와 독특한 디자인으로 지역의 상징이 되었으며, 국내외 관광객의 발길을 이끌어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 성공 사례로 꼽힌다.
광주광역시의 ‘광주폴리Gwangju Folly’ 프로젝트 역시 대형 조형물 건립 성공사례다. 광주폴리 프로젝트는 도심 속 유휴 공간에 다양한 조형물들을 순차 설치하는 프로젝트다. 2011년 제1차 폴리를 시작으로 2021년까지 총 4차에 걸쳐 진행된 이 사업에는 약 150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됐으며, 국내·외 유명 건축가와 예술가들이 참여해 총 31점의 폴리 작품을 광주 시내 곳곳에 설치했다.
2008년 조성된 전라남도 함평군의 황금박쥐상은 1999년 함평에서 발견된 천연기념물인 멸종위기 1급 황금박쥐 162마리를 기념하기 위해 제작됐다. 당시 제작에 총 28억3000만원이 투입됐고, 그로 인해 ‘혈세 낭비’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지역 천연기념물을 잘 표현한 대표 조형물로 자리 잡았고, 최근 금값 상승으로 원재료값만 261억원으로 폭등하는 ‘대박’을 치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반면 충청북도 괴산군의 초대형 가마솥, 청주시의 ‘초대형 CD 파사드 프로젝트’, 광주 광산구의 ‘희망우체통’ 등 일부 조형물은 ‘혈세 낭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막대한 혈세를 투입했지만, 실제 활용 방안에 대한 준비가 미흡해 일어난 일이다.
괴산군이 2005년 5억원을 투입해 제작한 초대형 가마솥은 “군민 4만명이 함께 먹을 수 있는 밥을 짓겠다”는 취지를 내세웠지만 정작 크기 때문에 활용되지 못해 실패 사례로 남고 현재까지 흉물로 방치됐다.
청주시는 2015년 국제공예비엔날레를 계기로 48만9000여 장의 폐 CD를 활용하고 3억7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CD 파사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러나 행사 종료 후 관리 비용과 안전 문제 등으로 2017년 추가 예산을 들여 철거할 수밖에 없었다. 광주 광산구의 ‘희망우체통’ 역시 세계 최대 우체통 타이틀을 내세워 건립됐지만, 우체통 안에 쓰레기만 쌓이며 사용이 중단돼 방치되는 운명에 처했다.
이 같은 대형 조형물의 엇갈린 운명이 ‘출렁다리’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울산 동구의 대왕암공원 출렁다리는 2021년 7월 15일 개통 후 3년 만에 누적 방문객이 367만명을 돌파하며 울산지역 주요 관광지 가운데 처음으로 ‘입장객 1위’를 기록했다. 충북 진천군 굴티마을에 있는 ‘농다리’도 인근에 조성한 출렁다리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올해 1~3월까지 농다리를 찾은 관광객이 25만7258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0만507명보다 255% 증가한 수치다.

이 같은 성공 사례에 힘입어 전국의 지자체들은 출렁다리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기 양평군은 총 90억원을 투입해 양평읍 물안개공원과 떠드렁섬·양강섬을 연결하는 물안개공원 출렁다리 건립을 추진 중이며, 경기 여주시는 332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신륵사관광지 내 ‘여주 남한강 출렁다리’를 오는 5월에 개통할 예정이다. 충북 충주시도 105억원을 투입해 충주호 출렁다리 조성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업들이 전국적으로 무분별하게 확산되면서 출렁다리의 희소성과 차별성이 점차 훼손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행정안전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설치된 출렁다리는 2019년 166개소에서 2021년 193개소로 늘었고, 2023년 말 기준 총 238개소까지 증가했다.
일각에선 우후죽순 생겨난 출렁다리들이 관광객들에게 더 이상 독특한 체험을 제공하지 못하고 흔한 볼거리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2009년 당시 국내 최장거리 출렁다리였던 충남 청양군 천장호 출렁다리207m는 매년 70만명가량이 방문했지만, 현재는 20만명 정도로 관광객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
전문가들은 지자체들이 단순히 눈에 띄는 관광 자산을 만들기 위해 무분별한 건립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의 자연 환경, 문화, 지역사회와의 연계성을 충분히 고려한 후 사업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지방의회 역할을 강화하고 경제성 검토의 실효성을 높여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막아야 한다. 각 지자체가 사업 추진 전에 면밀히 검토해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며 “전국적으로 시설이 무분별하게 들어서면 초기의 신선함과 희소성이 사라지고, 결국 관광객들의 관심은 새로운 명소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 관광업체가 협력해 철저한 경제성 분석과 안전 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해당 지역 고유의 자연 환경과 문화를 반영한 차별된 콘텐츠 개발에 힘써야만, 이러한 사업들이 단순한 업적 쌓기식 사업을 넘어 진정한 지역 발전과 관광 산업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대현·조한필·서대현·송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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