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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서 수업 훔쳐보며 "애 표정 안 좋아" 전화…학부모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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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1회 작성일 23-07-3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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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교사 100명 스스로 삶 마감…올 상반기에만 11명

지난 21일, 1학년 교사가 학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건물 입구에 이 학교 3학년생이 고인을 추모하는 스티커를 적은 뒤 벽에 붙이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을 계기로 학부모 갑질과 악성 민원, 아동학대 신고 등으로 고통을 겪는 교사들의 현실이 주목받은 가운데, 최근 6년간 초·중·고 교사 10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현직 교사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증언하면서 다른 교사들의 극단적 선택이 이어지기 전에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30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취합한 교육부 자료를 보면, 2018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공립 초·중·고 교원 100명이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학교급별로 초등학교 교사가 57명중학교 15명·고등학교 28명으로 가장 많았다. 원인별로 보면, ‘원인 불명’으로 분류한 70명을 제외한 30명 가운데 16명53.3%이 ‘우울증·공황장애’로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숨진 교사의 수는 2018년14명에서 2021년22명까지 4년 연속 증가했다가 지난해 19명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에만 벌써 11명의 교사가 목숨을 잃었다.

밤에도 카톡·전화로 종일 연락하는 학부모


전·현직 교사들은 악성 민원에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시달리는 일이 교육 현장에서 비일비재하다고 말한다.

2009년부터 서울 지역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다 지난해 4월 교직을 그만둔 서아무개38씨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체육 시간 때마다 학교 주변 아파트에서 운동장을 지켜보며 아이가 조금만 표정이 안 좋으면 휴대전화와 학교 내선전화로 전화를 걸어 감정적으로 화를 내는 학부모, 밤에도 전화와 카톡으로 종일 연락을 하는 학부모 등 교직에 있으면서 수차례 ‘갑질’을 하는 학부모들을 만났다”며 “이런 문제가 생겨도 해결할 방법을 안내하는 곳도 사람도 없다 보니 교사들은 우울증 진단을 받아 병가를 내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마스크를 착용한 교사들이 지난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열린 ‘7·29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집회’에서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22년차 교사 유아무개44씨도 한겨레에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며 눈물을 쏟았다. 유씨는 “지난 2019년 12월에 학폭 사건을 처리하다 한쪽 학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정서적으로 학대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결국 무혐의로 끝났지만, 생전 처음으로 경찰서에 출석해 몇 차례 조사를 받으면서 너무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잠을 자지 못해 3달 만에 체중이 4㎏가량 빠졌다”며 “대처 방법을 알아보는 것부터, 변호사 고용까지 홀로 모든 것을 감당해야 했다”고 말했다.

악성민원 호소하면 교장 “네가 문제” 폭언


이처럼 교사들이 심각한 인격적 모독을 당하는 상황이 빈번하지만, 학교와 교육 당국 그 어느 곳에서도 교사를 보호해주진 않는다.

창원 한 초등학교 교사 ㄱ39씨는 지난 2021년 관리자인 교장에게 악성 민원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지만, 돌아오는 건 ‘이런 것도 제대로 처리 못 하냐’는 폭언이었다. ㄱ씨는 “폭력 행위 등을 지속하는 아이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자 ‘우리 아이 잘 크고 있는데, 전화로 그런 말을 들어서 기분이 나쁘다’며 고성을 지르는 일이 지속해서 이어졌다.

교권침해로 교장과 교감에게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요청했지만, 되레 교장은 삿대질하며 ‘우리 학교에서 일어나는 사고 반 이상이 그 반에서 일어난다. 네가 문제다, 이럴 거면 딴 학교 가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ㄱ씨는 현재 우울증 및 스트레스성 적응장애 진단을 받고 지난 2월부터 휴직 중이다. ㄱ씨는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교사로 살아온 것에 회한을 느꼈다. ‘내가 죽어야만 해결되나’란 생각마저 할 정도로 정신이 붕괴했었다”고 했다.

실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 22일부터 사흘간 조합원 1만44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학부모 민원이 발생했을 때 교사의 28.6%는 동료 교사·관리자·교육청 등 어느 곳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극단적 선택을 한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도 숨지기 전 학교에 학부모의 민원이나 학생들 간 다툼 등과 관련해 10차례 업무 상담을 요청했지만, 학교 쪽은 ‘전화번호를 바꾸라’고만 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지성 전교조 경남지부 정책실장은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과 갑질 등에 관리자나 교육청은 마치 심판자처럼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급급하다. 일선 교사들이 전혀 보호받지 못하는 이유”라며 “교육청 갑질 신고센터, 교권보호위원회 등이 유명무실한 상황에서 정당한 교육활동에 필요한 교권에 대한 정의와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전날 서울교대 교수 102명은 공동성명서를 내고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 “학교를 대상으로 제기되는 비정상적인 민원들을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규정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원들이 지난 25일 오전 국회 앞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를 추모하며 재발 방지 대책 교사 의견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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