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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살로 끝난…암사자 사순이 마지막 세상 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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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수집기 작성일 23-08-15 08:45 조회 4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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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탈출했다 사살된 스무살 추정 암사자
언제부터 왜 목장에서 살게 됐는지는 파악 안돼

우리를 탈출한 암사자 사순이가 14일 오전 인근 숲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순이는 약 20여분간  가만히 앉아 휴식을 취했다고 한다. 경찰과 소방은 인명피해를 우려해 결국 사순이를 사살했다. 연합뉴스

경북 고령군의 한 사설 목장에서 키우던 암사자가 우리를 탈출했다가 1시간 만에 사살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암사자의 생애를 안타까워하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를 탈출한 암사자의 이름은 ‘사순이’. 20살로 추정되는 사순이는 사설 목장의 철장에 왜 갇혀있던 것일까. 평생을 철장 안에서 살았던 사순이는 무엇을 보러 철장 밖으로 나왔다가 봉변을 당한 것일까.

현재까지 확인된 바에 따르면 사순이는 지난 2008년 대구지방환경청에 양도·양수 신고가 이뤄졌다고 한다. 당시 목장 소유주가 바뀌면서 관련 신고가 이뤄진 것이다. 사자는 멸종위기 2급 동물로 지방환경청 환경관리과에서 관리한다. 다만 그 이전에 사순이가 어떤 경위로 이 목장에서 살고 있게 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목장주 “키우고 싶어서 키운 게 아니다”

암사자 사순이가 살던 경북 고령군의 한 목장 내 우리. 연합뉴스

사순이는 작은 새끼 때부터 이 목장에서 자란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사순이의 사연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목장은 지난해 8월 지금의 주인에게 인수됐다. 하지만 목장주는 목장을 인수하기 전에 사순이의 존재를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목장주 역시 ‘원해서’ 사순이를 키운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목장주는 연합뉴스에 “소를 방목하며 키우려고 왔는데, 와보니 사자 2마리도 있었다”며 “사자를 키우고 싶어서 키운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청에 사자 처리를 요청하며, 동물원에 기부나 대여하길 요청했으나 맹수 특성상 서열 다툼이 나면 동물원의 다른 사자가 죽는 등 우려로 다들 거부했다고 한다”며 “직전 주인도 처분하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사순이와 함께 있던 수사자는 현 목장주가 인수하기 전에 죽었다고 한다.

캠핑족 사이에서 나름 유명했던 ‘사자동산 사순이’
암사자 사순이의 생전 모습. 사순이는 인근 캠핑장 방문객들 사이에서 나름 유명한 존재였다. 사순이의 생전 사진과 영상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번 ‘우리 탈출’ 사건으로 널리 알려지게 됐지만, 사실 이미 캠핑족과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나름 유명세를 떨치던 존재였다.

목장에서 약 600m 정도 떨어진 곳에는 캠핑장이 있는데 캠핑장 방문객들 사이에선 ‘근처에 실제 사자가 있다’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알려져 사순이를 보러 오는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사순이가 있던 목장은 ‘사자 동산’으로 불리기도 했다.

암사자 사순이의 생전 모습. 사순이는 인근 캠핑장 방문객들 사이에서 나름 유명한 존재였다. 사순이의 생전 사진과 영상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방문객들은 사순이와 함께 인증샷을 찍기도 했고, 사순이를 촬영한 영상을 인터넷에서 공유하기도 했다. 방문객들이 촬영한 영상 속 사순이는 두 앞발을 들어 철장의 먹이 구멍을 긁는 행동도 보였다. 방문객들에게 먹이를 달라고 요청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 방문객은 자신의 블로그에 “사자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는 건 처음이었다”며 “동물원이나 사파리에서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남겼다. 또 “으르릉 거리는 소리의 위압감이 대단해 아이들은 좀 놀랄 수도 있겠다”는 후기도 덧붙였다.

사순이는 철장 밖 세상이 궁금했던 걸까

사순이가 우리를 탈출한 사실은 14일 오전 7시 24분쯤 파악됐다. 목장주는 “사자가 탈출했다. 농장 관리인이 어제저녁에 사료를 줬는데, 아침에 와보니 사자를 키우는 우리에 문이 열려 있다”고 신고했다. 사순이가 정확히 언제 우리를 떠났는지는 알 수 없다.

현장에는 경찰 127명, 소방관 26명, 군청 관계자 6명, 환경청 관계자들과 고령군 소속 엽사들이 출동했다.


하지만 사순이는 그리 멀리 가지 못했다. 사순이는 오전 8시 12분쯤 인근 4~5m 지점 숲속에서 발견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합동 수색에 나선 지 채 1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평생을 철장 안에서 살아온 사순이는 철장을 멀리 벗어나지 못했다.

철장 밖도 별다른 건 없었다. 사순이는 풀숲에서 약 20여분간 가만히 앉아 있었다. 당시 출동한 이들에 따르면 사순이의 표정은 편안해 보였고 휴식을 즐기는 것처럼도 보였다고 한다. 철장에서는 햇볕을 피하기 어려워 그늘을 찾아간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당시 출동한 소방대원은 “마지막 여유를 즐기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 소방대원은 “사살 결정을 내릴 때까지도 별다른 저항은 없었다. 표정이 편안해 보였다”며 “인명피해 우려로 사살 결정이 내려졌지만 안타까웠다”고 했다.

우리를 탈출한 암사자 사순이가 14일 오전 사살된 뒤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과 소방, 고령군 등은 협의 끝에 사순이를 사살하기로 결정했다. 마취총 사용도 고려했지만 인명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부득이하게 사살을 결정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탈출한 암사자가 나무 뒤쪽에 있어 마취총이 오발 날 가능성도 있었다”며 “마취총에 맞더라도 바로 쓰러지는 것도 아니어서 사자가 도주했을 경우 민가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사순이를 20여분간 지켜본 엽사들은 결국 사순이를 향해 총을 쐈다. 탈출 사실이 파악된 지 약 1시간 만에 세상을 떠나게 됐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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