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 울리는 불투명한 웨딩시장

직장인 이보라씨(32)는 최근 결혼 준비를 하다 황당한 경험을 했다. 비슷한 시기에 결혼 준비를 하던 지인과 동일한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업체를 선정했음에도 웨딩 플래너에 따라 가격이 100만원 가까이 차이 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업체의 개별 가격을 문의했으나, 웨딩플래너 업체에서는 ‘원칙상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씨는 "동일한 상품을 선택했는데도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 황당해서 계약을 해지하려고 했으나 플래너 측에서 위약금을 요구해 결국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며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개별 가격을 알 수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플래너를 믿고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 예비 부부가 롯데백화점 본점 롯데웨딩센터에서 웨딩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롯데백화점]

엔데믹 이후 맞는 첫 웨딩 시즌,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 사례가 늘고 있다. 16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접수된 결혼 준비 대행 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신청 건은 총 361건으로 나타났다. 피해 접수 건은 2021년에는 111건이었으나, 2022년에는 176건으로 증가했고, 올해 1월부터 4월까지는 전년 동기 대비 39.6% 상승한 74건을 기록했다. 피해 접수 이유로는 ‘계약 관련’이 338건(93.6%)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그 가운데 결혼 준비 대행 서비스의 ‘계약 해지 거부 및 과다한 위약금 청구’가 18.8%로 가장 많았다.

결혼 준비 대행 서비스와 관련, 소비자들이 가장 크게 불만을 느끼는 원인으로는 소비자와 업체 간의 ‘정보 불균형’이 지적됐다. 현재 웨딩 시장에서는 소비자가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개별 업체의 최초 공급가를 알 수 없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스드메 개별 업체가 웨딩 컨설팅 업체에 최초 공급가로 납품하면, 웨딩 컨설팅 업체는 여기에 플래너 비용 등의 각종 마진을 더해 ‘스드메 패키지’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있어서다. 이로 인해 소비자는 각 스드메가 하나씩 묶인 패키지 가격만을 알 수 있을 뿐 개별 업체의 가격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마진을 제외한 실제 서비스 공급 가격은 컨설팅 업체, 플래너, 스드메 업체 외에는 절대로 알 수 없는 암묵적인 룰이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컨설팅 업체는 소비자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견적을 공유하는 행위를 막기도 한다. 견적을 발설할 경우 위약금을 부과한다거나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계약 조건에 명시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이진욱 법률사무소 팔마 변호사는 "종합 선물 세트나 여행 패키지 상품을 판매할 때 이들 업체가 개별 구성품의 가격을 알려주지 않듯, 개별 업체 가격을 공시하지 않는 현재 컨설팅 업체 행위가 법률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며 "다만 외부에 가격을 발설할 시 페널티를 부과한다는 내용을 계약 조건에 넣는 건 법률적인 의무 위반 이외에 손해 배상을 예정하거나 의무를 과할 수 없다는 ‘약관 규제법’ 위반으로 문제가 된다. 이럴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공식 제기하면 구제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