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물가 2.3% 안착했지만…폭우·폭염 후폭풍 온다

소비자물가 2개월 연속 2%대

25개월만에 상승률 최저치 기록

8월 채소류 폭우 영향 반영되고

기저효과 사라져 오름세 보일듯

한은 “연말까지 3%안팎서 등락”

지난해부터 한국 경제를 짓눌렀던 물가상승률이 2개월 연속 2%대에 안착했다. 특히 7월 물가상승률은 2.3%로, 석유류 가격이 역대 최대 폭으로 하락한 데다 1년 전 물가상승률 정점(6.3%)을 찍은 기저효과가 작용하면서 25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집중호우 후폭풍과 기저효과 소멸 등으로 8월에는 물가상승률이 오름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1.20(2020년=100)으로 1년 전보다 2.3% 올랐다. 이는 지난 2021년 6월(2.3%) 이후 최저 수준이다.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은 뒤 8월부터는 5%대에 머물렀고, 올해 2월(4.8%)부터는 6개월 내리 둔화세가 이어지고 있다.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을 중심으로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보다 1.8% 올랐다. 상승 폭은 2021년 2월(1.7%) 이후 29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석유류 가격이 1년 전보다 25.9% 하락하면서 물가를 끌어내렸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85년 1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경유(-33.4%)·휘발유(-22.8%)·자동차용 LPG(-17.9%)가 일제히 떨어지며 전체 물가상승률에 대한 석유류의 기여도는 -1.49%포인트로 나타났다. 이는 석유류가 전체 물가상승률을 1.5%포인트가량 낮췄다는 의미다. 석유류 가격의 영향을 많이 받는 전기·가스·수도 상승률은 21.1%로, 지난해 9월(14.6%) 이후 가장 낮았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1년 전보다 3.9% 올라 지난해 4월(3.6%) 이후 15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 상승률도 3.3%로 전월 대비 0.2%포인트 떨어지며 지난해 4월(3.1%)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만 채소류 물가가 7.1% 오르는 등 농축수산물 물가는 전월 대비 1.7% 상승했다. 폭우 영향이 크게 반영될 다음 지수부터는 채소류의 물가상승률이 더 높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채소류는 폭우 영향으로 7월 하순에 많이 올랐다”면서 “7월까지는 기저효과로 물가가 안정된 측면이 있어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8월부터는 둔화 흐름이 이어지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도 물가상승률이 8월부터 다시 높아질 수 있다고 봤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물가 상황점검회의에서 “소비자물가는 당초 예상대로 8월부터 다시 높아져 연말까지 3% 안팎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 5월 전망치를 다소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완만한 둔화 흐름을 나타낼 전망”이라고 밝혔다.

전세원·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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