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걸리던 신차 출고 "두달이면 나와요"

새 차 구매 계약을 하고 이를 인도받기까지 대기 기간이 사실상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줄어들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완화되면서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진 데다 고금리와 경기 불황으로 차량 인도를 포기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에는 신차 출고 대기 기간이 더 앞당겨질 전망이다.

2일 현대차·기아 영업대리점에 따르면 일부 차종을 제외하고는 신차를 계약하면 2~3개월 내 인도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올해 초만 해도 출고 대기 기간이 1년4개월이었는데, 이달에는 2주로 확 줄었다. 싼타페는 작년부터 대기 기간이 가장 긴 인기 차종 중 하나다. 동급 모델인 기아 쏘렌토 디젤 모델은 1년 전 출고 대기 기간이 1년4개월이었으나, 이달에는 4~5주로 단축됐다. 팰리세이드 가솔린 모델도 이달 주문하면 2주 뒤에 받을 수 있다. 1년 전만 하더라도 출고 기간이 6개월이었던 모델이다.


인기 모델로 꼽히는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연초 출고 대기 기간이 11개월이었으나 이제 두 달이면 신차를 받을 수 있다. 경차는 출고가 더 빠르다. 현대차 캐스퍼와 기아 모닝·레이 모두 한 달 내 신차 인도가 가능하다.

신차 출고 기간이 크게 줄어든 건 차량용 반도체 수급이 해소된 영향이 크다. 이는 전기차 출고 기간이 단축된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현대차 대표 전기차인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는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이후 모두 신차 출고 기간이 1년을 웃돌았던 모델이다. 그러나 이달 주문하면 한 달 내로 신차를 받을 수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반도체 탑재량이 두 배가량 많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심각했을 때 출고 대기 기간이 가장 길었던 게 바로 전기차였다. 전기차를 구매 즉시 인도받을 수 있다는 것은 반도체 수급난이 정상화 수준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완성차 업계는 차량용 반도체에 대한 해외 의존도가 높다.

선우명호 고려대 자동차융합학과 석좌교수는 "인피니언 등 차량용 반도체 회사들이 생산능력(캐파)과 가동률을 동시에 높이면서 차량용 반도체 수급이 점차 정상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할부 금리 상승도 신차 대기 기간을 앞당기는 요소다.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신차 인도를 포기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연 2~3%(36개월 기준) 수준이던 신차 할부 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현재 연 5~6%대로 높아졌다. 경기 침체 영향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한편 하이브리드 등 일부 인기 차종은 여전히 대기 기간이 긴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 중 가장 출고 대기 기간이 긴 차종은 아반떼 하이브리드다. 신차를 받기까지 최소 10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기아에선 쏘렌토 하이브리드가 대기 기간이 1년4개월로 가장 길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하반기에는 신차 출고 기간이 더 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공급망이 정상화되면서 신차 생산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대차증권은 하반기 자동차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대기 수요가 소진되면서 신차 중심으로 구매가 집중될 것"이라며 "2019년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박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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