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팔고도, 더 벌었네…기아 1분기 영업이익률 13.1% 사상 최대

'13.1%'. 기아가 역대 최고 분기 영업이익률 기록을 한 번 더 갈아치웠다. 자동차 판매가 줄었음에도 레저용차(RV) 등 고가 차량 판매 비중이 늘고 환율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매출이 늘었고 수익성이 더 좋아졌다. 현대차·기아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도 하이브리드차 등으로 시장 변동에 빠르게 대처하며 1분기부터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기아는 올 1분기 매출 26조2129억원, 영업이익 3조425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6%, 영업이익은 19.2% 증가했다. 모든 경영 실적 숫자가 '역대급'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2분기 이후 역대 두 번째, 영업이익은 사상 최고다.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2분기 13%보다 0.1%포인트 높아진 13.1%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1분기 기아 경영 실적이 주목받는 건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감소한 상황에서 이뤄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기아는 전기차 시장 둔화 영향 등으로 1분기 전년 대비 1% 감소한 76만515대를 판매했다. 기아 관계자는 "판매가 소폭 감소했음에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친환경차 등 비싼 차 중심으로 판매가 늘었고,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며 재료비가 감소한 데다 달러 강세로 원화 환산 매출이 늘면서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기아의 1분기 영업이익률인 13.1%는 현대차(8.7%)보다도 크게 높은 수치여서 주목된다. 최근 기아는 현대차보다 더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하루 앞서 실적을 발표한 현대차는 올 1분기 매출 40조6585억원, 영업이익 3조557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8.7%다.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실적을 포함하는 현대차보다 기아가 수익성이 더 높은 것은 미래 사업 투자액, 주요 지역별 판매 비중 차이 등 복합 요인의 결과로 풀이된다. 같은 그룹사 내 두 회사는 매출 규모에 비례해 미래 사업에 투자를 단행하는데, 덩치가 큰 현대차가 수소, 미래항공교통(AAM) 분야에 더 많은 투자를 실시한다는 설명이다. 현대차·기아 연구개발 핵심 거점인 남양연구소도 현대차 소속이다.

기아의 미국, 유럽 등 해외 선진 시장 판매 비중이 현대차보다 조금 더 큰 것도 높은 이익률을 설명해준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아가 판매하는 자동차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 고급사양 탑재율이 높은 편"이라며 "기아의 인건비, 감가상각비, 무형자산상각비 등 고정비 비율이 현대차보다 낮은 점도 이익률 차이의 요인"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캐즘' 분위기에도 하이브리드 차량이 고성장하며 전반적인 친환경차 판매 실적을 이끌었다. 기아는 국내에서 쏘렌토, 카니발, 스포티지 등 주요 차종을 두고 하이브리드차 판매 확대 전략을 펴고 있다.

기아 1분기 친환경차 판매는 전년 대비 18.1% 증가한 15만7000대를 기록했다. 이 중 전기차는 4만4000대 팔리며 전년 대비 7.9% 성장했지만 하이브리드차는 30% 이상 성장하며 9만3000대가 판매됐다.

기아는 향후 지정학 리스크 확대와 실물경기 부진,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구매심리 위축 등 불안정한 대외 환경에 대처하면서 수요에 기반한 유연 생산체제를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올 초에 기아가 '연간 영업이익 12조원'이라는 목표를 제시한 만큼 '매달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을 위해 회사는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 고수익 모델을 활용한 수익성 제고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박소라 기자 /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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