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님도 장관님도…찾는 해외 손님 늘어나는 네이버·카카오

네이버와 카카오. 한국을 대표하는 플랫폼 기업들이 외국 정부와 국빈들의 필수 방문 코스가 됐다.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는 물론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는 중동과 동남아 국가의 왕족과 행정부 관계자들이 최근 부쩍 두 회사를 자주 찾고 있다. 토종 플랫폼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K-디지털 기술'의 해외 수출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1784 찾은 샤르자에미리트 왕자

경기 성남시 판교에 있는 네이버의 '로봇 사옥' 1784는 민간 외교와 경제 교류의 핵심 무대가 됐다. 이 건물은 산업혁명이 처음 일어난 해인 1784년에서 이름을 따왔고 로봇을 중심으로 업무 자동화가 적용된 곳이다. 12일 회사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샤르자에미리트의 셰이크 사우드 왕자를 비롯한 왕실 고위대표단이 1784에 왔다고 밝혔다.

샤르자는 UAE를 이루는 토후국 중 하나로 국가 차원에서 디지털 혁신과 인프라 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왕실 대표단은 이 과정에서 한국과 협력 가능성을 찾기 위해 방문했다. 셰이크 사우드 왕자는 샤르자의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총괄하는 샤르자디지털청(SDA) 청장이다.

이들은 1784에 적용된 로봇·자율주행·클라우드·디지털트윈·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을 체험했다. 특히 네이버가 개발한 대형언어모델(LLM)과 생성형 인공지능(AI)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대표단은 사옥을 안내하는 로봇과 악수를 하는 등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셰이크 사우드 왕자는 "샤르자의 디지털 혁신 및 인프라 구축에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현재 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아 국가 디지털 작업을 돕고 있는데 네옴시티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대표단 방문으로 회사가 UAE에도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채선주 네이버 대외·ESG(환경·사회적역할·지배구조 개선) 정책 대표는 "장기적 투자를 통해 쌓은 팀 네이버의 첨단 기술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점점 더 주목받고 있다"며 "기술력으로 인정받는 세계적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한편 네이버 1784는 미국 국무부와 국토안보부 차관, 싱가포르 정보통신부 장관, 오스트리아 하원의장, WTO 사무총장 등도 방문했다.

카모 "싱가포르와 모빌리티 플랫폼 협력"

카카오모빌리티 교통 플랫폼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에이미 코 싱가포르 교통부 선임국무장관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이 경기 성남시 판교 본사를 찾았다. 간담회를 통해 택시호출 응용소프트웨어(앱)인 카카오T의 성공 전략을 공유하고 미래 모빌리티 기술 개발에 대한 대화도 나눴다.

현실세계 기계나 장비, 사물을 컴퓨터 속 가상세계에 구현하는 디지털트윈 기술과 도심항공교통(UAM),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 현황도 보여줬다. 여객물류 통합 자율주행 서비스인 '달구벌 자율차'와 디지털트윈 기반 실내 지도 구축 노력을 대표 사례로 발표했다.

싱가포르는 기차와 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이 잘 발달한 곳으로 유명한데 이런 국가적 특색을 고려해 택시 배차 시간 단축 노하우 등을 설명했다. 회사 측은 "싱가포르 정부 관계자들은 서비스 교육, 인센티브 등을 통해 택시 기사의 서비스를 관리하는 방식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교통부와 카카오모빌리티는 앞으로 다양한 교통 관련 서비스 협력을 논의키로 했다. 유영중 전략 총괄 부사장은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싱가포르에서도 카카오모빌리티의 플랫폼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며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