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혈당 측정' 멀어지나…"심하면 사망" 보건당국 급제동

美 FDA, 비칩습형 혈당 측정 신뢰도 의구심…"당뇨 환자 등 사망할수도"
스마트워치·스마트링 등 탑재 기대 크지만…FDA 기준 충족 어려울 듯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스마트워치, 스마트링 등의 헬스케어 기능 중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는 혈당 측정 기능이 벽에 부딪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웨어러블 기기를 통한 비침습형(피부를 관통하지 않는) 혈당 측정 기능의 신뢰도에 의구심을 표하면서다.

23일 나인투파이브맥 등 외신에 따르면 FDA는 스마트워치 등을 이용한 혈당 측정 기능을 신뢰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침습적 측정은 부정확한 수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혈당 측정은 바늘로 손가락 등에 상처를 낸 뒤 거기서 나온 피의 성분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실제 혈액을 분석하는 만큼 정확도는 높지만 상처를 내야 한다는 점에서 환자들에게 불편함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이에 삼성전자, 애플 등 제조업체들은 자사 웨어러블 기기의 핵심 기능인 헬스케어에 상처를 내지 않는 비침습 방식의 혈당 측정 기능을 추가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FDA는 피부를 뚫지 않고 혈당을 측정하는 방식이 잘못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당뇨 환자 등은 건강, 생존을 위해 혈당 수치를 꾸준히 측정해야만 한다. 만약 이들이 부정확한 결과값을 얻을 경우에는 인슐린 등 약물을 잘못 복용하게 돼 혼수 상태, 심하게는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당뇨 환자라 하더라도 인슐린을 과다 복용하게 되면 신체 내 포도당이 급격히 낮아져 정신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FDA는 지금까지 피부를 뚫지 않고 혈당 수치를 측정하는 비침습형 장치는 어떤 것도 인증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웨어러블 기기의 혈당 측정은 많은 소비자들이 가장 염원하는 기능 중 하나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가장 최신 스마트워치 제품인 갤럭시워치6와 애플워치9에 수면관리, 심장 건강 모니터링, 체온 측정 등의 헬스케어 기능들이 대거 담겼음에도 "혈당 측정은 언제쯤 되나"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이에 삼성전자와 애플도 관련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는 바이오액티브 센서를 바탕으로 혈당 체크 관련 기술 개발 가능성을 검토 중이고, 애플 또한 당뇨병 환자를 위한 혈당 모니터링 기능 등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애플은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과 '광흡수 분광법' 등을 활용해 레이저로 피부 아래 영역의 물질과 성분을 분석하는 실험까지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달 삼성전자가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갤럭시 링' 출시를 예고하면서 새로운 헬스케어 기기로 스마트링이 부상하고 있다. 갤럭시 링, 애플 링 등으로 예상되는 스마트링은 스마트워치와 함께 헬스케어·웰니스 기능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손목시계와 달리 24시간 착용이 용이한 반지 형태이고, 미세한 혈관들이 많이 몰려있는 손가락에 착용하게 되는 만큼 비침습형 혈당 관리 기능, 더 정확한 체온 감지 기능 등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처럼 웨어러블 헬스케어의 핵심으로 업계와 소비자들 모두 비침습형 혈당 관리 기능을 꼽고 있지만 보건 당국의 우려로 새로운 기능을 도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해당 문제가 당뇨 환자 등의 생명과도 직결될 수 있는 만큼 FDA가 지금처럼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할 가능성이 크다.

그간 삼성전자나 애플이 스마트워치에 새로운 헬스케어 기능을 추가할 때는 FDA의 승인을 받아왔다. 심전도 기록, 피부 온도 측정을 통한 여성 생리주기 예측, 심방세동 감지 기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회사가 비침습형 혈당 측정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FDA의 승인을 받지 않으면 자사 기기에 신기술을 상용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소비자들이 바라는 스마트워치, 스마트링의 비침습형 혈당 관리 기능은 FDA의 엄격한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한 결과를 산출하는 기술이 개발될 때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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