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 카리나' 검색했는데 결과가…알고도 당하는 낚시, 범인은 이놈? [아이티라떼]

요즘 구글 검색을 이용할 때마다 무언가 이상한 점을 감지한 사람이 적잖을 겁니다.

분명 검색어와 관련 있는 결과인 것 같아 눌러봤더니, 생판 모르는 이상한 광고 사이트가 뜨는 바람에 이용자를 당황시키고는 하는데요.

챗GPT와 같이 인공지능(AI)으로 생성된 낚시성 사이트라는 게 중론이죠.




자세히 살펴보면 수상한 점이 한둘이 아닙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인터넷 주소입니다. 대개 인터넷 주소는 기억하기 쉽도록 짧고 간결하게 짓는 게 보통이죠. 하지만 이들 사이트의 주소는 어딘가 모르게 컴퓨터 난수 생성기로 아무렇게나 만들어낸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국가 코드도 어딘가 수상합니다. 분명 사이트 제목과 내용이 한국어임에도, 인터넷 주소가 한국을 뜻하는 .kr 대신 핀란드를 뜻하는 .fi로 끝나죠. 아무리 케이팝이 세계적인 인기라지만, 핀란드인이 굳이 한국어로 저런 사이트를 만들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해당 결과를 클릭한 후의 일입니다. 에스파 카리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광고 사이트가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기술적으로 말하자면, 검색 결과를 클릭하는 순간 광고 사이트로 리다이렉트(redirect,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한 이용자를 자동으로 다른 사이트로 이동시키는 것)가 된 셈입니다.



이렇게 이용자를 현혹하는 낚시 사이트라면 마땅히 구글이 이를 차단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안타깝게도 구글은 아직 그럴 방법을 찾지 못한 모양입니다. 이들 낚시 사이트가 구글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기술적 방법을 동원하고 있기 때문이죠.

구글이 검색 시스템을 만든 원리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구글봇(Googlebot)’이라는 로봇을 만들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이트에 한 번씩 들어가 보게 시킨 다음, 그 사이트에 대한 정보(사이트 제목과 대략적인 내용)를 차곡차곡 정리해 놨다가 검색 결과로 보여주는 방식이죠.

그런데 낚시 사이트 운영자는 구글봇이 사이트를 방문할 때만 제대로 된 결과를 보여주고, 실제 사람이 사이트를 방문했을 때는 광고 사이트로 리다이렉트되도록 손을 쓴 것입니다.



이런 수법이 가능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는 사이트를 방문한 사람에 대한 각종 정보(IP 주소, 접속한 기기의 화면 크기 등)를 수집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가령 인터넷에서 ipinfo.io/json 이라는 사이트에 접속하면 현재 나의 IP 주소와 대략적인 위치가 뜨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은 잘만 사용된다면 매우 유용합니다. 가령 접속한 기기의 화면 크기가 클 때는 PC 화면을, 작을 때는 모바일 화면을 띄워줄 수 있죠. 과거 스웨덴의 너벗(Navet)이라는 사이트는 접속자의 IP 주소가 한국일 경우 네이버(Naver)로 리다이렉트를 해주는 친절함을 발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낚시 사이트는 이러한 기능마저 악용하고 있습니다. 사이트 접속자가 구글의 검색 색인용 로봇인 ‘구글봇(Googlebot)’일 때만 제대로 된 결과를 보여주고, 그 외에는 광고 사이트로 리다이렉트하는 것이죠.

이에 이용자들은 ‘오염된 검색 결과 없애는 방법’이라는 글을 공유하며 이에 대응하기도 합니다. 사이트 주소가 .fi로 끝나는 경우 검색 결과에서 제외하는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방식이죠. 하지만 이는 모든 핀란드 사이트를 잠재적 스팸으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구글은 여전히 검색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최근 AI 기술을 앞세운 마이크로소프트 빙(bing)에 추격당하는 실정이죠. 이런 낚시 사이트를 빠르게 해결하지 못할 경우 정말로 큰 위기가 올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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