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4] 뷰티기업 로레알은 어떻게 CES의 중심에 섰나

[라스베이거스=IT동아] 세계 최대 규모의 소비자 가전 전시회(Consumer Electronics Show, CES 2024)가 9일(현지시각) 개막했다. CES 2024는 전미 소비자 가전 협회 설립 100주년을 기념해 13만여 명의 참관객과 4000여 개의 기업이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되며, ‘모두 함께, 모두 켜다(All Together, All On)’을 주제로 오는 12일까지 행사가 진행된다. 그런데 행사 시작을 앞두고, 뷰티기업 로레알(L'Oral)이 개막 기조연설을 맡는다는 점이 주목을 받았다.

지금까지 CES 기조연설은 가전 기업 혹은 기술 기업이 맡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기술 혁신이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CES 역시 소비자 가전을 넘어 다양성을 추구하도록 진화하고 있는 만큼, 뷰티테크 기업인 로레알이 기조연설을 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CES 역사상 처음으로 CES 기조연설을 맡게 된 로레알이 어떤 얘기를 꺼낼지 그 현장을 직접 방문했다.

로레알,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인 뷰티 기술 선보여

니콜라스 히에로니무스(Nicolas Hieronimus) 로레알 CEO는 “로레알은 10년 전부터 디지털 혁명에 적극 참여하고, 디지털 및 전자상거래 분야의 리더로 활약하고 있다. 최근에는 웹 3.0,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생성형 AI 등 파괴적인 기술들이 등장하며 기술 추세가 변하고 있고, 특히 생성형 AI가 업계의 비즈니스 모델을 파괴하고 있다”라면서, “이를 위해 우리는 2018년부터 37개국에 걸쳐 쌓아 온 10페타바이트 규모의 데이터베이스로 생성형 AI에 도전한다”라면서 ‘로레알 뷰티 지니어스’를 소개했다.

로레알 뷰티 지니어스는 생성형 AI 챗봇으로, 사진 정보를 활용해 피부 톤과 상태 등을 확인하고 적합한 화장품이나 화장 방법 등을 추천한다. 실제 예시에서는 “11시간의 비행 끝에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했는데, 시차로 인한 피로감이 있다. 어떻게 할까?”라고 물었을 때 “아이 세럼을 추천하는데, 사진 정보가 있으면 좋겠다”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사진 정보를 확인한 다음 피부 건조도를 파악하고 자외선 차단제와 1.5% 히알루론산 화장품, 워터 크림 등을 제안한다”라는 정보를 제공했다. 이외에도 증강현실 기반의 가상 화장 예시, 동영상 조언 등도 포함됐다.

니콜라스 히에로니무스는 “로레알 뷰티 지니어스는 개인에게 맞는 최고의 뷰티 루틴을 제공하며, 피부와 피부톤에 대한 개인화된 진단은 물론 10여 년에 걸쳐 완성한 6000개 이상의 데이터 셋과 10개 이상의 특허로 보호되고 있다. 또 50개 국가에서 1만 개 이상의 제품에 대해 테스트하고, 15만 개 이상의 데이터 분석을 마친 끝에 완성됐다”라고 덧붙였다.

이어서 바바라 라베르노스(Barbara Lavernos) 로레알 연구혁신 및 기술부문 수석 부사장이 등장해 제품 소개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소개된 제품은 로레알 컬러소닉 염색기다. 기존에 가정에서는 염색할 때 품이 많이 들어가고 완성도도 떨어진다. 이럴 때 로레알 컬러소닉을 사용하면 된다. 컬러소닉은 총 20개 색상을 선택할 수 있으며, 염색 카트리지를 장착하고 솔을 머리에 가져다 대면된다. 아쉽게도 자세한 제품 출시일 및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어서 장애인을 위한 뷰티테크 기기 합타(HAPTA)도 소개됐다. 햅타는 장애인이 립스틱을 정확하게 바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휴대용 전동 메이크업 애플리케이터다. 끝에 립스틱을 장착하면 높이나 각도에 상관없이 립스틱 각도를 보정하며, 일종의 짐벌에 가까운 물건이다. 합타는 400명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완료한 상황이며, 지난해 타임지가 뽑은 2023년 최고의 발명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속 가능성, 당장 실현 가능한 시도 제시해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는 비전이나 목표 제시 등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실질적으로 환경 보호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로레알은 2030년까지 60%의 전 세계 사람들이 물로 인한 문제를 겪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위스의 테크 스타트업 기요사(Giosa)와 함께 물 소비를 줄이는 ‘워터 세이버’를 출시한다.

워터 세이버는 물거품을 더 많이 내는 특수 구조를 통해 수압은 강화하면서, 물 소비는 최대 69%까지 줄일 수 있다. 이미 전 세계 1만 5000개의 헤어 살롱에 워터세이버가 설치됐고, 현재까지 올림픽 수영장 100여 개, 265만 리터의 물을 절약했다. 로레알은 앞으로 2년 안에 전 세계 10만 개 헤어 살롱에 워터 세이버를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전력 소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지속 가능성에 기여하는 새로운 차원의 헤어드라이어, ‘에어라이트 프로’도 처음 공개됐다. 에어라이트 프로는 광원 관련 스타트업인 주비(Zuvi)와 함께 제작한 제품으로, 열선이 아닌 광원으로 머리를 말린다. 덕분에 전력 소모가 28% 줄었고, 머릿결이 손상되지 않는다. 게다가 마르는 속도는 30% 더 빠르며 수분은 28% 더 보유한다. 에어라이트 프로의 정확한 출시일 및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기존의 열원 방식보다 혁신적이고 지속가능성에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표 뷰티기업의 이름보다 현대적 기업의 목적과 방향 제시가 더 커

결과적으로 이번 기조연설은 뷰티 기업으로서의 로레알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서, 모든 기업이 달성해야 하는 지속가능성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그 자체에 더 초점이 맞춰진다. 지난해 유럽연합은 ESG 공시 및 인증 규제에 들어갔고, 그 범위를 기업뿐만 아니라 공급망까지 실사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즉 기업들 자체가 지속가능성에 대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됐고, 이에 대해 로레알이 뷰티업계를 대표해 지속 가능성을 실천하는 사례를 선보인 것이다.

그리고 그 방식이 단순히 목표를 제시하는 것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물 절약이나 동물 실험 중단 같은 작은 부분에서부터, AI와 증강현실을 도입한 최신 기술 동향까지 말이다. 환경을 개선하고,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는 그 어떤 방법이든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 로레알이 기조연설에 담은 메시지다. 본격적으로 개막한 CES 2024에서 이들의 목소리가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를 기대해 본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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