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낙서 테러, 빙산의 일각…"내부 이미 도배됐다"

서경덕 교수 “CCTV 늘리는 한편 시민의식 개선 필요” 지적


경복궁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낙서 테러’를 한 10대들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된 가운데 궁내 낙서 실태도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 홍보 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22일 페이스북에 “경복궁 담벼락 낙서 테러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러운 상황”이라며 “안 그래도 언젠가 우리 문화재 낙서 테러에 대해 공론화하려 했다. 경복궁뿐 아니라 다양한 궁 내에는 이미 낙서로 도배된지 오래”라고 밝혔다.

최강 한파 속에서 전날 팀원들과 함께 경복궁을 방문·조사했다는 그는 “아직도 수많은 낙서가 자행되고 있었다”며 “대부분 한글이었지만 영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도 남아 있었다”고 전했다. 관련 사진도 첨부했다.



서 교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에 이런 일들이 벌어져 왔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라면서 시민의식 개선을 촉구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경복궁 안팎 CCTV 설치 대수를 늘리는 게 가장 효율적인 대안이 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어렸을 때부터 관련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며 “우리 문화재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자부심,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한다면 낙서 테러는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서울 종로경찰서는 전날 밤 문화재보호법 위반 및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임모(17)군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범행 현장에 함께 있었던 여자친구 김모(16)양에 대해선 범죄 가담 정도 등을 고려해 이날 오전 0시쯤 석방했다. 김양은 임군과 범행을 계획하고 동행했지만 직접 낙서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임군은 텔레그램 단체방에서 “일하실 분에게 300만원을 드린다”는 글을 보고 연락해 자신을 ‘이 팀장’이라고 소개한 A씨를 알게 됐고 그에게 경복궁 등에 낙서를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후 착수금·택시비 명목으로 은행 계좌로 5만원씩 두 차례, 모두 10만원을 송금받았다.

A씨는 이어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에도 낙서를 지시했으나 임군은 경비가 너무 삼엄하다며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다만 A씨가 새롭게 지목한 서울경찰청 외벽에는 낙서를 했다. 경찰이 수사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A씨는 임군에게 “두 사람 망한 것 같다. 도망 다녀라”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임군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22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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