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먹는 흑돼지가 비싼 이유…이거 알면 화날 걸요?

맛집이라더니... 백돼지를 흑돼지로 속여 판매한 업체들 적발도

[임병도 기자]

▲ 제주특별자치경찰단이 도내 음식점에 대한 식자재 원산지 표시, 부정식품 유통행위에 대한 특별 단속을 하는 모습. 사진제공:제주특별자치경찰단

ⓒ 제주특별자치경찰단

제주에 와서 흑돼지라고 비싸게 먹은 고기가 실은 백돼지였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지난 7일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단은 특별 단속을 벌여 원산지 및 식품 표시를 위반한 업체 8곳을 적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자치경찰단의 단속 결과, 제주시 소재 유명 돼지고기 음식점 4곳도 적발됐습니다. 이곳은 제주산 흑돼지만을 사용한다고 메뉴판에 표시했지만, 실제로는 최소 40kg에서 많게는 100kg의 백돼지를 납품받아 판매하거나 판매하려고 했습니다.

방송이나 SNS 등을 통해 흑돼지 맛집으로 소문난 유명 식당 4곳이 흑돼지가 아닌 백돼지를 판매한 것이 드러나면서 바가지 요금으로 논란인 제주에 대한 불만이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자치경찰단은 해당 업체들에 대해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 등에 관한 법률 및 식품 등의 표시, 광고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조사한 뒤 검찰로 사건을 송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제주 흑돼지, 백돼지보다 얼마나 비쌀까?

제주로 여행 오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음식 중의 하나가 흑돼지입니다. 제주에서 꼭 먹어봐야 할 맛집 리스트에 포함된 경우가 많아 자주 찾는 메뉴입니다. 일반적으로 산지에서 먹으면 저렴하지만 이상하게 제주 흑돼지 가격은 서울이나 제주나 별차이가 없을 정도로 비쌉니다.

▲ 제주도 흑돼지

ⓒ 제주도 제공

제주에서 먹는 흑돼지, 왜 비쌀까요? 우선 흑돼지는 사육기간이 길고 새끼를 적게 낳아 생산성이 백돼지에 비해 떨어집니다. 제주 축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에서 도축한 돼지는 총 88만 6993두입니다. 하루 평균 3591두였고, 이중 흑돼지는 25%에 불과합니다. 도축되는 흑돼지는 백돼지에 비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도축되는 양이 적으니 흑돼지가 비쌀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제주 축산 관계자는 "문자로 매일 단가를 확인하는데, 오늘(2월 23일 기준) 백돼지는 4300원이고 흑돼지는 4700원이었다. 예전에는 한 20~30% 차이가 났지만 지금은 10%도 안 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우리가 받는 것은 경락 단가이고, 유통 단계나 식당에서 판매를 할 때는 흑돼지 이미지가 있어서 좀 올려 파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유통 측면에서도 제주 흑돼지가 과거처럼 비쌀 이유가 없습니다. 과거에는 도축장이 한 곳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2곳이라 충분합니다. 제주는 '돼지열병 청정 지역'이라 외부 요인도 적습니다. 육지에서 들어온다면 물류비용이 추가되겠지만 도내에서 유통되니 추가 물류비도 들지 않습니다.

제주에서 먹는 흑돼지가 비싼 이유

▲ 제주시 소재 식당에서 파는 돼지고기

ⓒ 임병도

제주에서 먹는 흑돼지가 비싼 이유는 단가가 백돼지보다 10% 정도 높은 탓도 있지만, 일부 식당에서 파는 기본 구성에도 있습니다. 흑돼지 전문점에는 1인분이 아니라 2인 기본으로 6만원 이상을 받는 곳이 많습니다. 추가는 1인분이 아니라 300~400g 단위로 주문해야 합니다. 2명이 가도 고기 가격만 10만원이 넘는 이유입니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부담이 되는 가격대입니다.

물론 고깃집 사장들도 할 말은 있습니다. 숙성을 위한 노력과 시간이 소요되고, 직원이 구워주고 잘라주는 등 다양한 서비스와 흑돼지 프리미엄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전기, 가스, 인건비 등 물가가 올라 가격을 비싸게 받지 않으면 적자라고도 항변합니다.

기자가 취재한 결과 흑돼지 가격 자체가 비싼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주 식당들이 가장 크게 부담하는 비용은 임대료였습니다. 제주 이주 열풍과 관광객의 증가로 제주 부동산 가격은 미친듯이 올랐습니다. 특히 상가 임대료(연세)는 서울 도심지와 비슷할 정도였습니다. 가격을 정하는 결정적인 이유 중의 하나였습니다.

식당 메뉴의 가격은 다양한 요소로 구성됩니다. 비싼 가격을 받아도 맛과 서비스가 좋아 소비자가 만족한다면 괜찮습니다. 그러나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이구동성으로 비싸도 너무 비싸다고 불만을 터트린다면 가격에 대해 한 번쯤은 고민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특히 이윤을 높이기 위해 백돼지를 흑돼지로 속여 파는 것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제주를 찾는 손님에 대한 기망이자 사기 범죄입니다. 문제는 백돼지를 흑돼지로 속여 파는 식당들이 매년 적발되고 있지만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관광객은 봉이 아니라 제주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중요한 고객입니다. 그들을 속이는 나쁜 식당이 많아질수록 제주 관광도 무너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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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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