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톤 쇳덩이 깔려 2시간 방치…임신부 딸 눈에 피눈물 흐른다"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광주 한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사망한 근로자 유족들이 원청 건설업체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과 진상규명 등을 요구했다.

H건설의 다단계 하도급업체 소속이었던 마모씨(58) 유족들은 10일 오전 광주 북구에 위치한 해당 건설회사 광주사무소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마씨의 아내와 두 딸이 각각 광주역, 역 앞 교차로, H건설 광주사무소 건물 앞에서 피켓을 든 형태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불법하도급 중대재해발생 사업장', 'H건설 엄벌하라', '1.2톤 쇳덩이 밑에 2시간 방치된 아버지' 등의 문구를 적힌 피켓을 들었다.

특히 사무소 건물 입구 앞에서 시위를 벌인 첫째 딸은 출산을 1개월여 앞둔 만삭의 임신부다.

그는 아버지의 영정과 함께 '누가 우리 아버지를 죽였는가', 'H건설은 비겁하게 회피말고 책임져라'는 글귀가 담긴 피켓을 들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유족들은 14일까지 출근시간대(오전 8시20분~9시)와 점심시간대(오전 11시30분~낮 12시)에 이곳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과 H건설 측의 별 다른 조치가 없으면 다음주에는 사고가 났던 건설현장까지 범위를 확대해서 집회할 방침이다.

유족은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고 "아버지는 휴일인 일요일에 혼자 작업 중 사고를 당했고, 사고 발생 약 2시간 가까이 방치돼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며 "당일 관리자는 부재했고, 화물용 승강기 작업시 2인1조로 수행해야 한다는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인 사망 후 한달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H건설은 사고를 개인의 문제로 간주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쇳덩이에 짓이겨진 채로 아버지를 잃고 고통받는 유가족들에 대한 책임있는 사과도, 재발방지 대책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없다.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탄했다.

유족들은 "건설현장에서 또 다른 노동자가 죽고 다치지 않게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이 즉각 진상규명을 위해 H건설을 특별근로감독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책임자를 강력하게 처벌하길 요구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11일 오후 3시43분쯤 광주 남구 봉선동의 H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마씨가 리프트에 깔려 숨진 채 발견됐다.

마씨는 자동화설비 점검을 진행하던 중 약 2m 위에 있던 호이스트(화물용 승강기)가 추락하면서 깔리는 사고를 당했다. 그는 H아파트 건설사인 H건설이 아닌, 하청인 D업체 소속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유족은 사망 추정시간인 오후 1시30분부터 발견 시각인 오후 3시40분까지 현장에 방치됐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고 당일 마씨가 자재를 싣는 트럭을 공사 현장 앞쪽에 주차해놨었는데, 오후 1시30분까지는 고인의 모습이 블랙박스에 찍혔지만 이후로 보이지 않는다. 공사장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서도 같은 시간쯤 장비 상부가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breath@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