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일진에게 맞았는데, 애미애비가 나서야"…의대 교수들 '전공의'에 힘 싣기

“피투성이 아들만 협상장 내보낼 수 없어” “우리나라 의료 미래를 위해 잘 마무리되는 것이 바람직” 등 목소리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5일 오후 대전시 중구 문화동 충남대학교 보운캠퍼스에서 총장, 의과대학 학장, 병원장 등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의 면담에도 여전히 의정 갈등 해결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취지의 목소리가 의사단체와 의대 교수들 사이에서 나온다.

정진행 서울대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자문위원은 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우리집 아들이 일진에게 엄청 맞고 왔는데, 피투성이 만신창이 아들만 협상장에 내보낼 수는 없다”고 적었다. 이어 “애미 애비가 나서서 일진 부모를 만나서 담판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위원은 이 대목에서 윤 대통령과 역술인 천공을 ‘일진 부모’에 비유했다. 거꾸로 보면 피투성이 만신창이 아들은 결국 박 비대위원장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 위원은 “F주든 말든 내새끼 자르든 말든 교수가 할일이지 박민수가 할 말은 아니다”라며 “교수님들, 우리 단합해서 같이 우리 학생, 전공의 지켜내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의교협 비대위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교수들 조직만이라도 단일대오로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따라 교육의 자주성 등 기본권이 침해당했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낼 예정인 전의교협(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등 여러 의사단체들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목소리를 합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박민수가 할 말은 아니다’라던 정 위원의 비판은 그간 전공의들이 책임 있는 대표단을 구성해 정부와의 대화의 자리로 나오기를 바란다던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을 겨냥한 것으로 읽힌다.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 등은 ‘의대 정원은 의료계와 협상할 사안이 아니다’라거나 ‘필수의료 몰락을 의사수 늘리지 않고 해결하려면 건강보험료가 3~4배 올라간다’는 박 제1총괄조정관의 입장이 국민 호도라고 날을 세운다. 임현택 차기 대한의사협회장 당선인도 ‘5000만 국민을 뒤로하고 특정 직역에 굴복하는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며 강경 메시지를 내는 박 차관과 조규홍 복지부 장관의 파면을 정부와의 대화 우선 조건으로 내세운다.

허대석 서울대 의대 혈액종양내과 명예교수도 이날 자신의 SNS에서 “일반사회에서 20대 아들이 교통사고로 크게 다치건, 조폭에게 심하게 얻어맞고 귀가했는데, 사건의 뒷마무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누가 나가서 일을 처리하는 게 적절할까”라며 “대부분은 부모처럼 책임 있는 보호자가 나서서 상대를 만나고 일을 마무리하는 절차를 밟는 것이 상식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허 교수는 “선배의사들로서는 ‘전공의들이 본인들의 입장을 대변해줄 믿을만한 보호자가 없다고 느껴서, 직접 대화에 나선 것은 아닌지’라는 질문을 해볼 필요가 있다”며 “수개월간 의료계 내의 여러 직역들이 나름 노력했으나 어느 쪽도 전공의들의 입장을 충분히 대변해주지 못했다고 그들은 인식하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과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 등을 선배의사들이 바라보고만 있을 일이 아니라면서, 허 교수는 “미래 의료 정책과 관련된 사안으로 의료계의 유일한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가 큰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대학과 병원에서 의대생과 전공의의 의학교육을 실질적으로 맡은 교수들의 책임도 크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허 교수는 “이번 의료사태는 전공의나 의대생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를 위해서도 잘 마무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의사단체 및 교수단체들이 한 목소리로 전공의나 의대생들의 입장을 대변해주고, 필요시 절충안도 마련해주는 중재자의 역할까지 하는 것을 기대해 본다”고 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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