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상품권, 앱으로 사야 더 싸다는데…휴대폰 연 할머니는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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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남성사계시장을 방문한 어르신들이 과일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이현수 기자.
정부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온누리상품권 할인에 나섰지만 주요 고객인 고령층이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휴대폰 앱으로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해야 할인율이 더 큰 데 노인들이 대체로 이 같은 결제 방식을 어색해해서다.

4일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에서 기자와 만난 노인들은 휴대폰을 통한 온누리상품권 구매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김모씨(74)는 "딸 도움을 받아서 겨우 할인 받았다"며 "나이가 들어 휴대폰 쓰는 방법을 잘 모른다. 딸이 상품권 앱을 깔고 충전을 해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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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에서 고령층 손님들이 가게들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이현수 기자.
또 다른 70대 김모씨도 "휴대폰 사용이 어려워서 (상품권을) 못 쓰고 있다. 지류상품권 할인율이 높았으면 썼을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양손 가득 짐을 든 60대 신모씨는 "오늘 이렇게 장을 많이 봤는데도 상품권 사용 방법을 몰라 할인을 못 받았다"며 "아들이 있지만 멀리 살아서 휴대폰 사용 방법을 일일이 가르쳐주기가 어렵다"고 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오는 10일까지 할인 행사를 열어 앱에서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하면 액면가보다 15%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기존 할인보다 5%p 늘었다.

노인층이 선호하는 지류 상품권 할인율은 5%로 그대로다. 정부는 부정 유통 위험이 높아 지류상품권 사용을 줄이고 휴대폰 온누리상품권 판매를 유도하기 위해 이 같은 정책을 고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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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남성사계시장 한 가게 입구에 "온누리상품권 환영"이라는 안내문구가 적혀있다./사진=이현수 기자.
일각에서는 해당 정책이 전통시장 주요 고객인 고령층이 휴대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을 간과해 온누리상품권의 본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온누리상품권을 받아 물건을 판매하는 상인들도 이 같은 비판에 공감하고 있다.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30대 김모씨는 "나이 드신 손님들이 대부분인데 상품권 앱 사용을 어려워하시는 경우가 많다"며 "상인들이 직접 휴대폰 사용 방법을 알려드리기도 한다"고 했다.

떡 가게를 운영하는 40대 신모씨도 "자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어르신들 위주로 디지털상품권을 사용한다고 느낀다"고 했다.

한편 보건복지부의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한 고령층은 67.2%였다. 응답자 10명 중 6명 이상이 휴대폰 앱 등의 사용이 어렵다고 답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고령층의 특성을 고려한 상품권 지급 방안이 고안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휴대폰 온누리상품권을 제공하는 것은 좋지만 고령층 대상으로는 주민등록증을 보여주면 현장에서 할인받도록 하는 등 유연하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수 기자 lhs1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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